[한국독립PD협회] <성명>죽음의 카르텔을 멈춰라 - 고 이재학PD 영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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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독립PD협회 조회 1,622회 작성일 20-02-29 04:34본문
[성명] 죽음의 카르텔을 멈춰라!
- 故 이재학PD 영전에 부쳐
“이윽고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가 나온다. 향하는 곳은 기계실이 있는 지하 계단이다. 망설이는듯 계단 앞에 멈춰서 한참을 내려다 보고 있다. 마침내 이끌리듯 걸음을 옮기는 그의 한 손엔 무언가 들려있다. 그렇게 그는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유족이 전한 고인의 생전 마지막 CCTV 속 모습이다.
故 이재학PD.
방송을 천직으로 알고 PD라는 자부심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품을 줄 알았던 사람. 주당 40만원으로 14년 동안 헌신해왔던 그가 급여 인상을 요청하자 회사의 대답은 일방적인 해고 통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억울하다.’
고인이 남긴 이 쓸쓸한 절규는 무척이나 친숙하다. 삼 년 전의 박환성이 그랬고, 김광일이 그랬다. 아니 지금 이 시간에도 비정규직으로, 독립PD로 살아 가는 우리의 심정이 그렇다.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방송법 제 5조 1항)’
묻는다. CJB 청주 방송과 이 땅의 방송사는 이를 실현하고 있는가? 소위 갑질과 비정규직 차별로부터 떳떳할 수 있는 방송사는 어디인가? 정녕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가?
우리는 안다. 무엇이 이 사회적 약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고, 죽음의 카르텔이 어떻게 미쳐 날뛰는 지를!
먼저 전국언론노동조합 청주방송지부에 요구한다.
지난 2월 6일 발표한 ‘故 이재학PD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귀 지부가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 ‘동료’인 ‘이재학PD’가 당한 불이익, 사측의 부당한 증인 회유와 압력 등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있지만 말고, 유족의 참여 하에 즉각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남아있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보호하고, 고용형태 개선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이는 언론노조 강령에 천명한 귀 지부의 책무이다.
다음 고용노동부에 요구한다.
소위 방송사 프리랜서 PD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례가 지속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립PD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 주체들의 지속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근로 감독은 고사하고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CJB청주방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위법한 책임자는 즉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한다.
2012년 비정규직 모 PD의 과로사를 시작으로 CJB청주방송은 반복적으로 비정규직 인사 문제를 야기해 왔던 이른 바 사고 방송사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공정방송 생태계 구축’이라는 엄중한 시대적 요구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결연한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비극적인 죽음이 거듭되는 작금의 방송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내지 않는다면 제2의 이재학, 박환성, 김광일들을 막아내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CJB 청주방송의 프로그램 공급 과정 전반을 특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재승인 재허가 조건에 엄격하게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
故 이재학PD의 명복을 빌며, 이 죽음의 카르텔을 멈춰 세울 때까지 우리 독립PD들은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2020. 2. 7
사단법인 한국독립PD협회
첨부파일
- [한국독립PD협회성명서]죽음의카르텔을멈춰라.pdf (171.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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