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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현장에서 건져 올린 스텔라데이지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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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독립PD협회 조회 1,782회 작성일 20-02-2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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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연구비평 모임 ‘프로 토크’, 김영미 PD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로 첫 토론

[PD저널=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지난 29일 저녁, 프로그램 연구비평 모임인 가칭 ‘프로 토크’(Pro-Talk)가 성황리에 첫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김영미 독립PD가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 지난 1월 9일 방송된 MBC <PD수첩> ‘스텔라데이지 호, 국가의 침몰’을 주요 텍스트로 김 PD가 취재 뒷얘기를 들려줬고, 앞으로 진행될 수색작업을 담을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는 발제에서 “<PD수첩> ‘스텔라데이지호, 국가의 침몰’ 편은 국내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취재는 MBC가 맡고 해외 현장의 구체적 취재는 독립 PD가 맡는 방식의 협력과 분업 체계였다”고 분석한 뒤 “(김영미 PD는) 매일, 매주의 시청률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PD라서 현지의 소식을 보다 상세하게 전하며 국가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던 참사의 결정적 단서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인명을 경시하는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다시금 보여주었다”며 “자국민이 실종된 상황에서 국내 언론사, 심지어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자조차 가지 않은 곳에 독립 PD가 발을 내딛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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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첫 모임을 가진 프로그램 연구 비평 모임 '프로 토크'에서 홍성일 한예종 겸임교수가 발제하고 있는 모습. ⓒPD연합회

그는 다큐멘터리 펀딩이 어려운 한국 현실을 질타했다. “지금의 다매체 다채널 상황 속에서 독립 다큐멘터리가 제작될 수 있도록 돕는 안정적인 후원의 구조는 요원할 뿐”이라며 “오늘도 포털의 사회면에는 돈의 논리 앞에 ‘실종’된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개탄했다. 홍 교수는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은 ‘실종자’들은 자신을 주목해달라고 혹은 스스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는 중”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1993년 일본에서 유조선으로 건조됐지만 2009년 폐선 처리되기 직전 한국의 폴라리스쉬핑이 인수해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한 노후선으로, 한국시각 2017년 3월 31일 밤 11시20분 경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닷새전인 3월 26일 브라질 구아이바항을 출발해 칭타오로 가던 중이었다.

24명의 선원(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타고 있었는데, 이 중 필리핀 선원 2명은 다음날 그리스 선적 엘피다호에 구조됐지만 한국인 8명을 비롯한 나며지 22명은 지금도 실종 상태다. 길이 322m 폭 58m, 세워놓으면 63빌딩보다 더 높은 대형 선박이다.

김영미 PD는 “실종자 가족들이 “(김 PD가) 그곳에 가 주시면 안돼요”라고 물었고, ‘언론인의 면피의식’ 때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출발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시작한 현장 취재에서 김 PD는 침몰 원인을 거의 다 밝혀냈다.

그는 지구 반대편인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로 혼자 날아가 참사 원인을 밝힐 결정적 증거인 생존 선원들의 최초 증언 동영상을 입수했고,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안전 점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브라질 구아이바항의 운영 실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고 당시 스텔라데이지호는 약 26만톤의 철광석을 싣고 운항하다가 선체가 V자 모양으로 꺾여서 5분 만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었다.

김 PD가 확인한 것은 “진실의 열쇠는 오직 현장에 있다”는 단순한 진리였다. 그는 심지어 배가 가라앉아 있는 위치까지 확인해 블랙박스 인양의 기틀을 놓았다. 김 PD가 접촉한 정부 관리들은 한결같이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해수부 관리들은 “심해 수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PD는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편의 블랙박스를 4,700미터 심해에서 인양한 사례가 있음을 밝혀냈다. 정부 관계자들은 “심해에서는 수압 때문에 선체 절단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PD는 세계 유수의 심해수색 전문업체를 탐문한 결과 그 정도는 이미 수십년 전 도입된 기술임을 확인했다.

사건 며칠 뒤인 4월 9일, 미 해군 P-8A 포세이돈 초계기는 사고 인근 해역에서 구명벌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생존 선원이 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미 해군은 날씨 때문에 수색을 중단했고 구명벌의 존재는 미궁에 빠졌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4월 10일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고, 그 날 이후 수색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미 해군기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입수할 책임은 외교부에게 있다. 외교부는 “우루과이 MRCC로부터 이 사진을 입수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김 PD는 우루과이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고, 이게 화제가 되어 우루과이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와 인터뷰를 했다. 우루과이 국회출입기자로 등록한 김PD는 부통령 루시아 토플란스키(무이카 전 대통령 부인) 인터뷰도 해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카인포’ 등 우루과이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정보공개 요청에 동참하게 된 점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한국인들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세계인의 관심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지난 8월 14일 심해 수색을 지시했고, 기재부도 5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에어프랑스 수색은 400억원이 넘는 예산과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김 PD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있는 위치를 취재 중에 확인했기 때문에 훨씬 적은 예산으로, 두 달 정도면 블랙박스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는 공감에서 출발하여 마침내 진실 확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 PD는 “내년 이맘때면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가 어느 채널로, 어떤 형태로 방송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PD는 “넷플릭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다큐 방영을 제의해 왔다”고 귀띔했다.

한국PD연합회 강의실에서 열린 이 모임은 언론정보학회와 PD연합회 회원 등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류지열 PD연합회장의 인사말, 이채훈 정책위원의 경과보고 및 프로그램 소개, 홍성일 한예종 겸임교수의 발제, 김영미 PD의 취재기, 자유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첫 모임에는 김연주(국악방송), 김종관(독립PD), 김창원(한경TV), 박은주(tbs), 유재우(KBS), 윤성일(독립PD), 이선희(EBS), 정관조(독립PD), 조용보(아리랑TV) PD가 참여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는 김예란 광운대 교수, 박혜성 한예종 교수, 김동원 언론정보학회 총무이사가 참석했고 전 NHK PD인 다나카 노리히로 씨와 한예종 학생들이 참관했다. 다음 모임의 일시와 주제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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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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