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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간접고용 계약 관행 깨고 산별교섭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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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독립PD협회 조회 1,166회 작성일 20-02-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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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비정규직 스태프 노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출범



[리포트] 방송스태프 노조 출범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일선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노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설립 총회를 연지 한 달이 지났다. 화려한 방송계 뒤편에서 살인적인 노동 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서러운 ‘을’의 삶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수백 명의 스태프가 노조 출범과 함께 모였다. 출범 한 달을 앞두고 노조 조직화 및 향후 교섭 전략 수립에 매진하고 있는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을 찾았다.







조직화 과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김 지부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합원을 모으는 일에 우선으로 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교섭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 조합원 가입 독려를 통한 노조 조직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일정한 출근지가 없고 파편화된 노동자들이다 보니 집행부가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러 현장을 순회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김 지부장은 “스태프들은 보통 새벽에 현장에 집합하니 새벽부터 가서 한 팀 만나고 오는데 벌써 두 시간이 지나버리는 식”이라며 “스태프들이 노조를 가깝게 받아들일 기회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해 열심히 현장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스태프 노조 사상 처음으로 방송 제작 환경 내 비정규직 전 직군이 모인 노조다. 독립PD, 작가, 조명, 장비, 카메라, 음향, 분장, 의상 등 다양한 방송계 비정규직이 한곳에 모여있다. 김 지부장은 “이런 모임은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도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직군을 통합하지 못하면 활동에 제약이 클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지부 설립은 2년 전인 2016년 독립PD, 작가, 방송카메라감독협회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방송 스태프 모임의 통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지부장은 “당시 조건을 떠나서 통합하자는 논의를 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며 “조건이 다르다고 생각해 통합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고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그 논의 가운데에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알게 되면서 아주 끈끈해졌다”고 자평했다. 같은 방송 제작 환경 안에서도 하는 일이 다르고 고용 관계가 달라 파편화된 노동자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데에 주된 의미를 부여한 결과 서로가 서로를 알게되면서 비로소 방송스태프노조라는 하나의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

살인적 노동시간 해결이 노조 최대 과제

노조에서 현재로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화두는 단연 살인적인 노동시간이다. 김 지부장은 “촬영일지를 보면 8시에 모여서 이튿날 1시 반에 끝나고 다시 8시에 출근하고 다시 이튿날 8시에 종료하는 식의 스케줄이 현장에서 만연해 있다”며 “드라마로 예를 들면 미니시리즈 16부작은 보통 4개월, 일일드라마 50부작의 경우 약 7개월의 촬영 기간을 갖는데 때에 따라 7개월 가까이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7월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 방송업이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벗어나 주 68시간의 노동시간 준수 의무가 생겼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 김 지부장은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는데 주 68시간을 주 3~4일 안에 뽑아버리는 식”이라며 “중간에 쉬는 날을 끼워도 비정규직이라 무급으로 쉬게 되고 스태프들은 대부분 일당직으로 촬영이 행해진 당일 일당만을 받을 뿐”이라고 밝혔다. 노사 간에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 제한이 없어 현장 상황에 따라 촬영이 길어지려면 끝도 없이 길어질 수 있지만 그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20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송계 대부분의 근로계약서는 도급 계약서로 근무시간이 24시간으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하루 2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초과노동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근무 기간의 경우도 ‘촬영종료일까지’라고 명시되는 등 근무 기간을 제작사가 촬영 일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불공정 ‘턴키’ 도급계약 관행 사라져야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관행이 이어질까? 김 지부장은 이른바 ‘턴키’ 즉 파트별 감독급에 대한 일괄 도급계약을 노동강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개별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쓰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방송사 아래 외주 제작사, 그 제작사 아래 파트별로 도급계약을 맺은 감독급과 근로계약을 맺는다. 조명이면 조명감독, 소품이면 소품팀장 등 각 파트장은 파트별로 총액으로 맺은 도급 계약을 통해 조수 인건비, 장비비 등을 스스로 책임진다.

보험이나 사고 등에 대한 부담도 기본적으로 파트장이 진다. 방송 현장에서 산재보험은 현실적으로 부재하지만 큰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각 파트에서 입막음용으로 약간의 위로금이 지급되는 수준이고, 방송 제작에 지연을 초래하면 각 파트장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불평등 계약도 만연해 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설명.

결국 현실적으로 개별 노동자와 제작사 간에 근로계약이 형성되어야 불공정하고 왜곡된 노사 관계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방송스태프지부의 문제의식이다. 김 지부장은 “근로계약서를 개별 노동자들에 안 써주는 것은 제작사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고 이런 관행이 수십 년을 지속했다”며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통과에도 이런 관행이 이어지면 파트별 감독급만 독박을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법적 고용 관계 형성이 되지 않다 보니 지시와 노무에 따른 책임 이행에 불분명하고 비상식적인 관행이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노조는 업계 내 표준근로계약서의 전면적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개별 계약을 통해 사용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비슷한 환경 영화산업노조, 초반 활동에 도움

김 지부장은 “노동시간 단축, 표준 근로계약서, 개별 계약 도입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사고가 터질 때마다 계약서 문제가 걸리니 이 문제는 앞서서 개선되어야 하고 단체협상을 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양보 없이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 등 방송 제작 환경 전반에 있어서 방송스태프지부가 의미 있는 개선을 이루려면 여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비슷한 제작환경에서 앞서 노조를 만들고 산별교섭 틀을 꾸린 영화산업노동조합의 예를 들 수 있다. 2005년 출범한 영화산업노조는 2006년부터 영화산업계 노사 간 단체협상을 시작했지만 실질적으로 단체협상에 실효성이 생긴 것은 2015년 영화계 투자사와 제작사들과 문화체육관광부 및 영화진흥위원회가 참여한 ‘노사정 이행협약’ 이후다. 당시 영화 산업 내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과 안착에 노사정이 합의하고 이에 따라 영화 ‘국제시장’의 모든 현장 스태프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영화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은 급진전을 이뤘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거대 자본인 투자사들은 대중에 좀 더 상생하는 이미지의 긍정적인 프레임이 필요했던 것 같고 대부분 소규모인 영화제작사들은 노사 협상이 생기는 것을 계기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투자사에 발언권이 생기는 그림이었다”며 “결정적으로는 노동자 권익 증진이라는 큰 명분을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화산업노조 출범 이후 일부 제작사들과의 단체협상 체결 이후에도 7~8년여간 현장 확산이 미미했지만 정부가 나서 노사정 협약을 맺으면서 판이 커졌고 영화산업의 실질적인 원청인 투자사가 나서면서 표준근로계약서 등의 위상 및 구속력도 향상됐다는 것.

제작 환경이 비슷한 터라 영화산업노조의 산별교섭 틀 마련 사례는 방송스태프지부에도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초기부터 영화산업노조와 전체적으로 연대를 하고 있고 표준계약서 샘플도 영화산업노조에서 만든 것을 두고 우리에게 맞게끔 수정하는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제작 구조는 다르지만 노동 환경이 거의 비슷해 표준 임금 등 연대할 사항이 많고 앞으로도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송 산업계에서도 노사정 협의 기구가 기초적인 단계에서 마련된 상태다. 김 지부장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함께하는 방송산업 환경개선 TF팀이 꾸려지는데 거기에 드라마 제작사 협회도 들어오고 언론노조, 우리 방송스태프지부도 들어간다”며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각 제작사 입장, 방송국 입장, 스태프들의 입장을 총체적으로 들어보고 그 안에서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협의체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지부장은 “주체별로 원하는 것이 다르니 협의가 진행되어도 쉽게 결론이 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수십 년을 이어 온 관행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새로운 꼼수를 쓰려고 하겠지만 정부에 꾸준하게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을 알리고 현장에서 정말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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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와혁신(http://www.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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